https://www.youtube.com/watch?v=irxNODEXAjI

기억을 리셋해도, '어쩌면' 해피엔딩

두 번째 타벨픽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에요. 벌써 몇 년째 여러 차례 올라온 극이라 이미 보신 분들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정말 기발하고 참신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라 보는 내내 탄복을 했어요. 사랑을 몰랐던 로봇이 사랑을 알아가고, 낡아가는 처지로 인해 사랑의 유한함을 마주하죠. 이들이 겪는 모든 과정이 마치 세상의 모든 사랑의 형태를 담고 있더라고요.

2044년을 배경으로, 인간들을 돕는 헬퍼봇 올리버(신성민)는 낡은 헬퍼봇 아파트에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요. 어느 날 배터리가 고장난 클레어(홍지희)가 집에 찾아오고 둘은 친구가 되죠. 전 주인을 다시 만나고 싶은 올리버와 반딧불이를 보고 싶은 클레어는 힘을 합쳐 제주도로 향하고 그 곳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게 돼요.

둘은 분명히 사랑의 감정이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로봇이지만, 별 수 없이 사랑에 빠져들죠. 이 과정과 그 장면이 사랑을 모르는 순수한 존재나 어린 아이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듯 해요. 그리고 부품이 닳고, 고장나서 수명이 다해가는 로봇으로서는 생의 마지막이나 이별을 앞둔 이들을 떠올리게 해요.

어찌보면 단순한 로봇 설정을 너무도 신박한 사랑의 순간 순간으로 그려낸 점이 정말 놀랍고 벅차더라고요. 이토록 인간다운 로봇들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또 가슴 저리게 슬픈 이야기를 꼭 한번 만나보세요. 신성민, 홍지희 외에 올리버 역에는 정욱진, 임준혁이, 클레어 역엔 해나, 한재아가 출연 중이랍니다. 정말이지 시간이 아깝지 않은 확실한 재미와 감동을 저 타벨이 보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