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omYdJyYhiwY

신비로움 덜고, 현실감 더한 재연 '엑스칼리버'

첫 번째 타벨픽은 뮤지컬 '엑스칼리버'입니다. 지난 17일에 개막해서 저는 세븐틴 도겸 첫공을 보고 왔는데요. 2019년에 올렸던 초연이랑 진짜 많은 부분이 바뀌어서 초반엔 거의 새로운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오프닝 포함해 5곡의 넘버가 새로 추가됐고, 주인공 아더와 키워준 아버지 액터의 서사가 보강됐죠. 초연에서 좀 더 영국의 신화적 전설에 입각해서 신비롭고 낯선 분위기를 풍겼다면, 이번엔 인물간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춰서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된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저는 초연 버전이 더 마음에 드는데요. (눈물) 그래도 이 뮤지컬의 넘버를 워낙 좋아해서, 이번에도 추천해마지 않는 작품입니다. 새로 추가된 아더의 넘버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은 1막 마지막에 배치됐는데 소중한 사람을 잃고 각성하는 아더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곡이에요. 한줄기 쏟아지는 밝은 빛 가운데서 엑스칼리버를 꽂는 아더의 눈빛에서 불길이 일더라고요. 세븐틴 도겸이 지난 시즌에 이어서 다시 온 덕에 굉장히 자신감이랑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가창력도 탄탄하고요.

제일 아쉬운 부분은 저의 애정캐 랜슬럿 넘버 '태풍'이 사라졌단 점인데요. 아더 서사에 개연성을 더하고 비중을 할애하다보니 랜슬럿 캐릭터가 다소 납작해졌어요. '태풍'은 아더 앞에 못난 스스로를 탓하는 곡이었어서, 랜슬럿의 내면에 자리한 열등감 같은 게 잘 드러나고 마지막 신의 복선 역할도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아더와 더 돈독한 형동생이지만, 흑마법과 사랑하는 마음에 져버린 나약한 랜슬럿을 보실 수 있어요. 하하. 추천 넘버는 여전히 '더 깊은 침묵' '눈에는 눈' '아비의 죄' 입니다. 도겸 외에도 김준수, 카이, 장은아, 신영숙 같은 멋진 배우들이 나오니까 이번 '엑스칼리버' 한번쯤 꼭 만나보시길 바랄게요!